지도는 어떻게 국민국가를 탄생시켰나?
지도로 정치·경제·국제정세는 물론 역사와 문화를 들려주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, 오랫동안 생명력을 유지해온 책이 있다. 바로 《소비의 역사》, 《그랜드 투어》, 《인삼의 세계사》, 《온천의 문화사》 등 일상의 주제들로 흥미로운 역사를 들려주는 역사학자 설혜심의 《지도 만드는 사람》이다. 2007년 초판 출간 당시, 국민국가 형성의 첫 단추로서 ‘지도’를 다루며 국가와 국토, 국민 정체성의 형성에서 지도의 역할과 의미를 분석한 처음이자 유일한 국내 저서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아온 이 책이 15년만 새 옷을 입고 독자들 앞에 나섰다.
우리가 떠올리는 ‘국토’에 대한 이미지는 누가, 언제, 무엇을 근거로 만들었을까? 근대 국민국가를 형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‘국토’라는 개념이 만들어지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역사지지서와 지도였다. 이들은 지리적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국가라는 공간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그에 근거해 국민이라는 정체성을 만들어냈다. 이 책은 근대 초 영국에서 역사지지서를 쓰고 지도를 만들며 근대국가의 기획에 앞장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영국이라는 국토와 영국인이라는 정체성이 형성되는 과정을 생생히 그려낸다.